코로나 이후로 공연 보러 갈 기회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공연 자체도 줄줄이 취소된 경우가 많았고, 제가 사는 지역 김해에는 더더욱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해 11월, 퇴근하는 길에 김해 문화의 전당에서 뮤지컬 캣츠 내한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였습니다. 뮤지컬 중에서도 캣츠는 명성을 떨치고, 인기 있는 작품이라 언젠가 꼭 한번 봐야겠다 생각하던 중 예매를 결정하였습니다.
저는 공연을 즐겨보는 편인데 신랑은 뮤지컬을 한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먼저 설득을 하는 과정에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티켓 오픈에 맞추지 못하였습니다. 3일 정도 흐른 후에 매진되었으면 어떡하나 고민하다 다시 티켓 예매를 위해 접속해 보니 세 자리 정도 남아있었습니다. 당연히 마음에 들지 않는 좌석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예 못 볼 뻔 했는데 티켓 예매 성공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기쁜 마음으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길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 드디어 저번 주 일요일, 크리스마스 당일에 뮤지컬 캣츠를 보러 갔습니다.
뮤지컬 캣츠 내한공연 추천? 비추천?
일단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히고 시작합니다. 저는 뮤지컬을 좋아하는 편인데 사실 뮤지컬 캣츠는 꽤 실망한 공연 중 하나였습니다. 사실 뮤지컬 영화인 캣츠도 집에서 보려고 했던 적이 있는데 초반부부터 너무 지루하여 꺼버렸거든요. 취향 문제라 생각하고, 캣츠는 뮤지컬이 유명하니 영화에 대한 기대는 안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뮤지컬로 관람하게 된 캣츠 또한 실망이 컸다는 것입니다. 딱 한번, 뮤지컬 보다가 1부 관람 후 인터미션 때 집에 간 적이 있는데 그 공연의 경우 영화배우 캐스팅으로 연극적, 음악적 딕션이 너무 좋지 않아 이야기 전달이 되지 않았던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캣츠는 저처럼 극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께는 지루할 수밖에 없는 공연이라 생각이 듭니다.
혹시라도 후기를 미리 살펴보고 가면 스포가 될까봐 찾아보지 않은 게 후회될 정도였습니다. 공연을 다 보고 난 뒤에 검색해보니 캣츠는 호불호가 분명하였고, 저처럼 스토리가 없어 아쉽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한줄평으로 말하자면, 캣츠는 이러합니다.
고양이 자기소개만 2시간
처음 10분은 화려한 조명과 배우들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설렘이 가득했었는데 계속 고양이들이 번갈아가며 자기 소개만 하고, 심지어 외국배우들이라 양쪽으로 읽어야 하는 자막 또한 굉장히 벅찼습니다. 애초에 이런 공연인 줄 알았더라면 자리가 애매하게 세 자리 남았을 때 관람자체를 포기했을 텐데 좌석이 너무 좋지 않으니 자막 보랴, 무대 보랴, 정신이 없었습니다.
캣츠를 즐겁게 관람하기 위해서는
캣츠를 즐겁게 관람했다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공연을 봐라, 말아라 저의 의견을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만약 관람 전으로 돌아간다면 캣츠를 볼 땐 좌석을 좋은 자리로 선택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좋은 좌석이란, 적어도 배우가 정면으로 보이는 자리를 의미합니다. 캣츠는 스토리는 없지만, 최상의 실력을 가진 배우들의 노래와 춤을 관람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안무와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좌석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종종 눈길을 사로잡는 퍼포먼스들이 있고, 배우들이 관객석에서 등장하거나 관객과 함께 춤을 추기도 하는데 이러한 즐길 거리를 충분히 함께 했다면 그 어떤 공연보다 뜻깊은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아이들의 경우에는 고양이 분장을 한 배우들과 배우들의 특별한 행동만으로도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저처럼 좌석을 멀리 선택한 경우에는 오페라글라스를 꼭 대여하시고, 오페라글라스가 불량인지 아닌지도 바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저는 대여한 오페라글라스 마저도 불량이라 여러모로 불편한 관람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상 뮤지컬 캣츠 내한공연 관람 솔직후기를 마치겠습니다.